삼성전자 특별성과급 ‘자사주 지급’ 극적 합의… 총파업 90분 전 멈춘 반도체 위기
메모리 사업부 평균 6억원 추산… “성과주의 원칙 흔들렸다” 논란도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돌입을 불과 90분 앞두고 극적으로 특별성과급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반도체 생산 차질과 글로벌 공급망 혼란 우려 속에서 가까스로 파국은 피했지만, 이번 합의는 한국 산업계와 노동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남길 전망이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사실상 전례 없는 구조가 등장하면서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모리 사업부 직원의 경우 1인당 평균 약 6억4800만원 규모의 성과급이 추산되면서 “사상 최대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총파업 90분 전 극적 타결
삼성전자 노조는 21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태였다. 실제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메모리 공급 차질과 수출 감소, 협력업체 연쇄 타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업계에서는 하루 피해 규모만 약 1조원, 전체 파업 피해는 최대 10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20일 밤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막판 협상에서 노사가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이번 교섭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직접 참여해 중재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양측 모두 한 발씩 물러서며 현실적인 절충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특별경영성과급’
이번 합의의 핵심은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와 별도로 ‘특별경영성과급’을 새롭게 제도화한 것이다.
기존 OPI는 연봉의 최대 50% 상한을 유지한다. 대신 별도의 특별성과급을 추가로 지급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무제한 현금 보상에는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다음과 같은 조건이 붙었다.
지급 형태: 현금이 아닌 삼성전자 자사주
지급 기간: 향후 10년
재원 규모: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의 10.5%
지급 조건:
2026~2028년: 반도체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 시
2029~2035년: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 시
즉, 단순한 일회성 보너스가 아니라 장기 성과 기반의 주식 보상 체계로 바뀐 셈이다.
“주식으로 준다”… 매각 제한도 포함
이번 특별성과급은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지급된다.
또한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매각 제한 조건도 붙었다.
3분의 1: 즉시 매각 가능
3분의 1: 1년 후 매각 가능
나머지 3분의 1: 2년 후 매각 가능
삼성전자 측은 이를 통해 단기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고, 직원들과 장기 기업 가치 상승을 공유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미국 빅테크식 스톡 보상 체계와 유사한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메모리 직원 평균 6억원… 적자 사업부 논란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충돌은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였다.
노조는 반도체 전체 조직이 공동으로 성과를 만든 만큼 사업부별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적자를 낸 사업부까지 과도한 보상을 하는 것은 성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결국 노사는 특별성과급 배분 구조를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반도체 전체 공통 몫: 40%
사업부 성과 반영 몫: 60%
이에 따라 예상 지급 규모는 다음과 같이 추산된다.
메모리 사업부: 평균 약 6억4813만원
공통 조직: 약 5억900만원
파운드리·시스템LSI: 약 1억8462만원
문제는 적자를 기록한 일부 사업부 직원들까지 수억원대 보상을 받게 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노사는 적자 사업부에 대해서는 성과급의 60%만 지급하는 페널티를 두기로 했다. 다만 조직 충격을 고려해 해당 규정은 2027년부터 적용된다.
이재명 대통령 “노조도 적정선 있어야”
이번 협상 국면에서 가장 주목받은 변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노조가 적정한 선을 넘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특히 “세금을 떼기도 전 영업이익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받지 못하는 방식”이라며 노조 요구안을 공개 비판했다.
이는 기존 노동 친화적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재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노조는 당초 영업이익 자체를 특별성과급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종 합의문에는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의 10.5%”라는 표현으로 조정됐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발언이 막판 협상 분위기를 바꾸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만의 문제 아니다”… 산업계 긴장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 내부 갈등을 넘어 한국 산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 이후 하청 노조도 원청 기업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비슷한 성과급 요구가 다른 업종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협력업체만 약 1700곳에 달하는 만큼, 향후 협력사 노조들도 원청 수익 배분 요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조선·자동차·통신·플랫폼 산업까지 유사 사례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파업은 막았지만 갈등은 진행형”
삼성전자와 노조 모두 이번 협상을 통해 일정 부분 명분을 확보했다.
사측은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고, 노조는 장기 특별성과급 제도를 제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근본적인 갈등 해소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조는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반 찬성이 나오면 최종 확정되지만, 반대 여론이 높을 경우 다시 파업 위기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삼성전자 사태는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성과는 누구의 몫인가”라는 한국 산업 구조의 근본 질문을 던진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